경기불황, 전기·수도요금에 이어 교통비까지 ‘줄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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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전기·수도요금에 이어 교통비까지 ‘줄인상’
불황에도 살아남는 것이 있다, 우리의 신앙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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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신보 기자 작성일23-02-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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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거리,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불황이 맞물렸다.


경기불황. 내 밥벌이는 같은데 나가는 것은 더 늘었다니, 이렇게 삭막한 단어가 또 있을까. 지금은 흔히 ‘경기불황’이라고들 말한다. 대표적인 예는 가스비 폭등이다. 전기·가스·수도요금 인상에 물가상승폭이 대폭 커졌다. 요금인상은 새해를 맞이한 국민들에게 들뜬 마음보다, 한숨을 절로 늘게 만들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앞서 5%를 기록했던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0.2% 오른 수치로, 물가 상승폭이 이전 달보다 커진 건 지난해 9월 5.6%에서 10월 5.7%로 오른 뒤 석 달 만이다.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은 이후 완만하게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5월부터 9개월째 5% 이상의 고물가가 계속되고 있다. 

식품은 또 어떤가. 가공식품은 앞선 달과 같은 10.3%로 여전히 지난 2009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고 채소류가 5.5%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1.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5.9%로, 6.0%였던 전월보다 다소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고 석유류 상승률은 6.8%에서 5.0%로 둔화되면서 공업제품 상승률은 6.0%를 기록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역시 이전 달보다 0.2% 오른 5.0%를 기록, 5.2%였던 지난 2009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1%,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6.1% 올랐다. 

교통비도 올랐다. 스타트는 택시요금이었다. 택시를 타는 시민과 택시기사, 양쪽 모두가 달갑지 않다는 증언이다. 

서울 중형택시의 기본요금은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천 원(26.3%) 더 인상됐다.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 인상은 2019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미터기가 오르는 시점과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기본거리가 2㎞에서 1.6㎞로 400m 줄었으며 거리요금 기준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요금 기준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이르면 오는 4월, 서울 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도 오를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이다. 인상 폭은 300원에서 최대 400원까지 논의 중인데, 이렇게 되면 카드기준 일반요금은 시내버스 1,500~600원, 지하철은 1,550원~650원이 된다. 

이쯤에서 거론되어야 할 단어가 있다. ‘불황의 속설’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표적으로 ‘립스틱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립스틱과 같은 저가 화장품이 많이 팔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빨간 립스틱 하나만으로 화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1930년대의 미국 대공황기에 대다수 상품의 매출이 떨어졌지만, 립스틱 매출은 오르는 기현상을 보고 경제학자들이 붙인 용어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미국의 경우 방역 완화 효과와 맞물려 립스틱 매출이 크게 늘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1월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통해 “2022년도 3분기 자사 매출이 코로나19 관련 규제로 인한 중국 판매 둔화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보다 9.1% 증가했다”고 밝혔다. 타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해 1~10월 전체 립스틱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37%나 늘었다. 올해 국내 화장품 시장 전망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패션 플랫폼은 “과도한 소비보다 패션 소품 등으로 스타일링 효과를 누리는 ‘불황 속 나를 위한 소비’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게 되면 립스틱과 같은 색조 화장품 판매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황에는 사치재로 불리는 명품이 더 각광받는다. 해외 패션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지난 1월 4~5일 가방 제품인 가든파티36을 기존 498만 원에서 537만 원으로 7.8% 인상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일부 제품 가격을 5~10% 인상했다. 대당 가격이 수억 원인 초고가 차량은 불황기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벤틀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775대가 판매돼 전년(506대) 대비 53% 늘었다. 람보르기니는 2019년 173대, 2020년 303대, 2021년 353대, 지난해 403대 등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히려 판매 실적이 크게 늘었다. 

경기가 나쁠 때 명품 가격이 오르고 잘 팔리는 현상을 가리켜 ‘베블런 효과’라고 부른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평론가인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서 따온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고 도리어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기업들이 사람들의 과시욕을 자극하기 위해 한정판이나 리미티드와 같은 수식어를 붙여, 수량은 적게 판매하되 가격은 높게 책정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 

불황에도 살아남는 것이 또 있다.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한국교회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도, 각자의 신앙을 지켜온 바 있다. 기부는 또 어떠한가, 어려운 이웃을 위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은 더욱 늘어났다. 마치 ‘어려움 속에 피어나는 꽃 한 송이’ 같았다. 경기불황으로 국군장병에 대한 위문이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기독교계는 전방 장병들을 위한 위문품을 전달했다. 모 교회는 육군 제9보병사단 사령부를 찾아 희망박스 위문품 300박스(4,500만 원 상당)를 전달하고 국군장병들을 위문했다. 

최근에는 미국 내 한인 교인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신앙심이 더욱 깊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소개됐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미국 한인교회 교인 의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CTS 아메리카가 여론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9월과 10월 LA, 뉴욕, 애틀랜타 지역 한인교회에 출석하는 19세 이상 개신교인 1,5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목회데이터 연구소가 분석한 것이다. 미국 내 한인 교인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신앙심이 성숙해진 계기로 설교와 소그룹 활동, 성경 묵상 및 기도 등을 들었다. 약 63%에 해당하는 미국 내 한인 교인은 담임 목사의 설교가 신앙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고 성경 묵상과 기도(45%), 소그룹 활동(26%), 찬양(26%), 다른 교회 목사 설교(18%) 등에 도움을 받은 한인 교인도 많았다. 코로나19는 현장에서의 예배는 막았지만, 신앙에 대한 갈망은 막지 못했다. 한국교회는 대면과 비대면 예배를 병행한다든지, 개교회 성장에 몰두하던 것에서 지역사회와 더욱 친밀하게 다가가는 형태로 코로나 엔데믹에 맞게 목회태세를 전향했다. 

선교의 문도 다시 두드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각국의 상황이 나아지면서 지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멈춰 있다시피 한 선교계가 활기를 띄며 활동을 재개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목회’에 맞춰졌던 초점은 코로나 방역 지침이 완화되는 시기와 맞물려 ‘예배 회복’, ‘한국교회 신뢰도 회복’, ‘다음세대 신앙 전수’ 등으로 자연히 시선을 돌렸다. 5만 8천 교회, 1132만 성도들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금 완전한 예배를 회복해 부흥을 일으키는 것이 한국교회의 목표가 됐다. 코로나19 극복은 곧 부흥사명회복 계기라는 흐름을 부여잡고, 부흥을 이뤄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부여했다. 

어느 측면에서 코로나19는 우리를 ‘신앙불황’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교육과정개편 등의 산재된 사회문제는 눈치 없이 짐을 보탰다. 역경을 넘어 도약까지 ‘경기불황’처럼 우리 앞에 놓인 능선이 참 다채롭다. 하지만 이중에도 ‘불황의 속설’과 같이 살아남는 것들이, 흥황을 누리는 것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제 ‘한국교회’에도 작은 불씨가 던져졌다. ‘신앙불황’ 속에서도 반드시 살아남는 교단이, 교회가, 성도가 존재할 것이라는 원초적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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